중국동포에 대한 어원과 필요성은?
- 생활-사회-정치팁
- 2025. 5. 19.
중국동포라는 표현,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왜 쓰는 걸까?
최근 뉴스 기사에서 ‘중국동포’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은 언제부터, 왜 쓰이게 됐을까? 그리고 꼭 필요할까?”
그래서 시간을 내어 직접 조사를 해보았다. 그 결과, 이 표현은 단순한 국적 설명을 넘어, 역사·정책·감정이 얽힌 복합적인 단어라는 걸 알게 됐다.
‘중국동포’라는 말의 시작: 조선족을 대체한 완곡한 표현?
원래 중국 국적을 가진 한국계 민족을 우리는 ‘조선족’이라고 불러왔다. 이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분류한 56개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朝鮮族)’에서 유래한 말이다.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시절 만주 등지로 이주한 이들의 후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조선족’이라는 말이 점점 부정적 뉘앙스를 갖게 되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조선족 출신의 체류자와 노동자가 급증하면서, 일부 언론과 대중 담론에서 ‘조선족’이 특정 범죄나 사회문제와 연결되어 소비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기관과 언론이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포괄적인 표현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중국동포’라는 말이었다.
즉, 조선족이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는 대신, ‘중국 국적을 가진 우리 동포’라는 의미로 포장한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출입국 관련 서류나 재외동포 관련 정책 문서에서 이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과연 이 표현이 지금도 필요한가?
내가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동포’라는 표현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조선족을 ‘외국인도 아니고, 내국인도 아닌 어딘가’로 규정해버린 결과일 수 있다. 국적은 중국인데 ‘동포’라는 말로 민족적 연결고리를 강조한다. 정체성을 정리해주기보다는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말이다.
더구나 당사자들, 그러니까 조선족 본인들은 스스로를 대부분 '중국인'이라고 인식한다. 국적도, 생활환경도, 법적 소속도 모두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한국 사회는 여전히 ‘동포’라는 표현으로 그들을 우리 안에 넣으려 할까?
혹시 우리가 그들을 ‘우리 민족’이라 부르며 동시에 경계하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이 말이 존재했던 이유
그렇다고 해서 ‘중국동포’라는 표현이 처음부터 잘못된 건 아니다. 이 표현은 과거 민족적 유대감을 살리고, 출입국이나 체류 정책에서 차별 없는 접근을 시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특히 재외동포법이 제정된 1999년 이후, 조선족을 비롯한 재외 한민족을 제도적으로 포괄하기 위해 이 용어는 일정 역할을 해왔다.
또한, ‘중국인’이라는 표현은 조선족과 한족(중국의 다수 민족)을 구분 없이 지칭하기 때문에, 문화적·언어적으로 구분되는 집단을 명확히 하려는 행정상의 필요성도 있었다.
즉, 처음 이 단어가 만들어졌을 때에는 나름의 맥락과 배려가 있었던 셈이다.
이제는 바뀔 때가 아닐까?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조선족 출신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간 지 20~30년이 되어가고 있고, 그 사이 그들 역시 정체성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동포’라는 단어가 여전히 정책 용어에서 쓰인다고 해도, 이 표현이 낡은 사고방식을 반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언론이 범죄 보도에 이 말을 붙여 쓰는 순간, 그 의도와 관계없이 낙인이 되어버린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이 표현을 신중하게 되돌아볼 시점이라 생각한다. 정확성을 위해서라면 '중국 국적의 조선족 출신'이라고 쓰면 된다. '중국동포'라는 추상적인 틀에 담기에는 지금의 현실과 인식 차가 너무 크다.
맺으며
‘중국동포’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이념이나 편견을 담은 단어는 아니다. 그러나 그 단어가 쓰이는 방식과 맥락을 볼 때, 우리는 이 용어를 자동처럼 반복하기보다는 ‘왜 이 말을 쓰고 있는가’를 한 번쯤 묻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정체성을 규정하는 말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를 정의하고, 때론 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쓰는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틀 안에 가두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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